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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기록 

존재해선 안되는 문서 

떨어져 나온 한 조각


만년 후를 기다리는 책


마침내 봉인이 풀렸다 

사관 정태제의 무덤


그속에 갇혀 있던 한 조각의 기록

조정과 나라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담았다가 

실록이 되길 기다렷던 조각 사초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그 속에 등장한 사관의 논평



史臣曰(사신왈) : 사관은 논한다

"임금이 즉위한 이래로 재난이 없는 때가 없었다"


謹按(근안) : 삼가 살피건대

"김자점은 신하가 된 몸으로 적 때문에 임금을 버렸으니"



왕도, 세도가도, 피해갈 수 없었던 역사의 심판


그래서 언제나 사초의 내용이 궁금했던 왕들



史草皆入內(사초개입내)

"사초를 모두 대궐로 들여오라"


즉후세무직필아

"임금이 만일 사초를 보면 후세에 직필이 없게 됩니다" 


직필 : 인물과 사건을 그대로 기록하여 후대에 전한다


'직필'을 위해

왕과 대신들이 함부로 볼 수 없는 금지된 기록



그 정신을 오롯이 담아


물령사관지지

"사관이 알게 하지 말라"


왕의 명령에도


사관이 알게 하지 말란 말까지

'있는 그대로' 전했던 기록


실록이 완성되면 사초는

물로 씻어 흔적을 지운다



철저한 보안을 위해

사라져야만 하는 기록


사라짐으로 인해서

완성되는 역사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실록이 되지 못한 채


무덤에서 발견된 사초


떨어져 나온 역사의 한 조각


그 조각에 새겨진 한마디


國可滅而史不可滅(국가멸이사불가멸)

"나라는 망해도 역사는 인멸될 수 없다"



그 정신을 간직한

사초들을 엮어 만들어낸


1893권

888책


조선왕조 25대 427년간의 기록

조선왕조실록


실록은 만년 이후를 기다리는 책이다

-정조 (국조보감 서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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